■ 《인간(적) 자연》 展
신한갤러리는 2025년 9월 16일부터 10월 31일까지 '2025 Shinhan Young Artist Festa' 그룹 공모전에 선정된 작가 강해란, 신혜영, 정가희, 츄리의 《인간(적) 자연》을 개최한다.
자연은 오랫동안 인간의 언어와 관점으로 정의되어 왔다. 우리는 자연을 관찰하고 분류하고 재현하며, 동시에 지배하고 관리해왔다. “인간(적) 자연”이라는 전시 제목은 이러한 관계를 정면으로 드러낸다. 괄호로 감싸인 ‘적’이라는 글자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적(敵)대 관계를 숨기듯 드러낸다. 이는 친밀함과 대립, 돌봄과 착취, 관찰과 지배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괄호는 이 양가성의 장치로서 인간과 자연이 단순히 하나로 이어지거나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늘 불안정한 경계 위에서 재정의되고 재편집된다는 점을 환기한다.
참여 작가 강해란, 신혜영, 정가희, 츄리는 다양한 매체와 형식을 통해 이러한 긴장과 간극을 탐구한다. 이들은 인간의 개입과 기술적 발전이 자연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재구성하는지를 살피고, 자연이 주어진 배경이 아니라 인간의 설계와 통제를 통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대상임을 밝힌다. 또한 자연의 자율성과 인간의 관여가 얽히며 생겨나는 불균형과 갈등을 시각화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다층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경계의 의미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나아가 자연의 본질과 ‘스스로 그러함’을 사유하며 그 내재적 가치를 재조명한다.
이 전시는 자연을 단일하고 본질적인 것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을 이해하고 정의해온 문화적, 기술적, 정치적 장치들을 해체하고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자연스러움’을 낯설게 만든다. 전시장에서는 인공적 매체와 기술적 장치, 감각적 경험이 교차하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단순한 주체-대상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복잡한 얽힘으로 드러난다. 관객은 이 공간을 거닐며 ‘자연스러운 것’의 정의가 어떻게 구성되고 재편집되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어떤 자연을 상상하고 만들어갈 것인지를 묻는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 강해란 HAE RAN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생명감과 감정의 흔적에 주목해왔다. 익숙한 풍경 속에 숨겨진 낯섦, 정지된 시간의 감각, 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경계를 사진으로 탐색한다. 기록자의 위치를 벗어난 채, 자신조차 풍경의 일부로 스며들며 관찰하는 방식을 통해 공간이 품은 고요한 서사에 귀 기울인다. 주요 전시로 개인전 《TP MSG FFF》(속초, 2021), 단체전으로는 《바우어새와 블루스》(라이트 갤러리, 서울, 2022)에 사진 작업으로 참여했다.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ArtCenter College of Design) 사진과 이미지 학과를 졸업했다.

강해란, <숲의 유적지 시리즈_01>,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51.5ⅹ60cm, 2024

강해란, <숲의 유적지 시리즈_02>,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51.5ⅹ60cm, 2024
■ 작가 소개 : 신혜영 Hye Young Sin
경작과 재배의 개념 및 실천을 생태적·문화적·정치적·기술적 행위로 탐구한다. 최근 작업 중 하나인 ‘플라스틱 정원’ 시리즈에서는 전시 공간을 매체이자 맥락으로 삼아 새로운 유형의 정원을 구상하고 실현한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의 측정》(갤러리 이어강, 베를린, 독일, 2025), 《플라스틱 식물이 피고 양파가 울지 않는 곳》(소마 아트, 베를린, 독일, 2024), 단체전으로는 《디그로쎄(Die Grosse)》(쿤스트팔라스트, 뒤셀도르프, 독일, 2025), 《미래의 축제(Festival der Zukunft)》(독일국립박물관, 뮌헨, 독일, 2024)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소비자학과 정보문화학을 전공한 뒤, 쾰른 미디어 예술대학교(Kunsthochschule für Medien Köln)에서 디플롬 학위를 취득했다.

신혜영, <플라스틱 정원-트렐리스(덩굴 지지대)>, 혼합매체, 320ⅹ260cm, 2025

신혜영, <증폭된 농기구들>, 스프레이 도색된 철제 농기구, 가변설치, 2022-2023
■ 작가 소개 : 정가희 Kahee Jeong
‘인간의 사고 과정과 그 결과의 시각화, 특히 '적응 실패'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원하지 않는 생각’을 주제로 작업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Silent Engine》(로테르담 국제영화제, V2_, 로테르담, 네덜란드, 2025), 《Blisters》(소마 아트, 베를린, 독일, 2022),《Kahee Jeong feat. Reece Cox》(트랜스미디알레 포어슈필, 마인블라우 프로젝트라움, 베를린, 독일, 2020) 등이 있고, 작품은 단체전으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온라인), 타이베이 비디오 아트 페스티벌(대만), 사이언스 갤러리(영국), 필로소피 페스티벌(이탈리아) 등 다양한 기관에서 소개되었다. 2013년 베를린 예술대학교(Universität der Künste Berlin)에서 순수미술 학사 학위를, 2015년에는 마이스터슐러 학위를 받았다.

정가희, <물집(Blisters)>, VR 게임, 2022

정가희, <판의 동굴(Cave of Pan)>,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분 6초, 2020
■ 작가 소개 : 츄리 churri
야생조류와 도시 속 소외된 생명을 중심으로, 생태, 돌봄, 종차별 문제를 시각적으로 다룬다. 비둘기, 메추라기, 고라니처럼 ‘유해’하거나 ‘하찮은’ 존재로 분류된 동물들에 다시 시선을 건넨다. 그들의 흔적과 죽음을 따라가며, 인간 중심 사회의 생태 지도의 모순과 경계를 기록하고 질문한다. 주요 전시로 개인전으로는 《메츄리 게놈 프로젝트》(챔버, 서울, 2024), 단체전으로는 《여름생색展》(세종문화회관, 서울, 2025), 《SILENC10》(라인라움, 뒤셀도르프, 독일, 2024), 《Erinnerungen an die Zukunft》(셴하우젠 성, 베를린, 독일, 2024) 등이 있으며 현재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Kunstakademie Düsseldorf)에서 필름/비디오 석사 재학 중이다.

츄리, <흔>, 스테인리스, 목재, 55ⅹ26.5ⅹ2.5cm, 2025

츄리, <메추라기의 특성과 크기에 맞춘 집들>, 목재, 유리 및 철제 구조물, 가변설치, 2024-현재
■ 신한갤러리 : 설립취지
신한갤러리는 국내 미술 저변을 확대하고 대중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고자 신한은행이 설립한 비영리 전시공간으로 1997년 광화문에 이어 2011년 역삼 오픈 이후 2020년 통합되어 역삼에서 전시를 지속해오고 있다. ‘Shinhan Young Artist Festa’라는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공모를 통해 젊은 작가들에게 창작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기획전 또한 꾸준히 개최함으로써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경계 없는 예술을 지향하는 본 기관 취지에 맞춰 2018년부터 서울문화재단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와 협약, 입주작가 대상으로 기획전을 개최하는 등 대중과 소통하며 사회공헌적 문화 공간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 신한갤러리 : Shinhan Young Artist Festa
신한갤러리의 대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신진작가 공모전 ‘Shinhan Young Artist Festa’는 젊은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시작된 아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다. 2003년 신한갤러리 광화문에서 시작된 신진작가 공모전은 2009년부터 ‘Shinhan Young Artist Festa’라는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되어 신한갤러리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Shinhan Young Artist Festa’는 주제나 형식, 표현기법 면에서 서로 연관되는 2인 이상의 참신한 작가 그룹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며, 공모전에서 선정된 작가들에게는 전시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시진행과 관련한 제반 비용을 지원한다.